고사성어 중에서 김아중 씨를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 눈에 띄는군요.
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도 있고 그냥 막연히 저 혼자만의 느낌으로 연상되는 것도 있습니다.
1. 해어화(解語花)
경국지색, 절대가인, 월태화용(月態花容), 등 미인을 나타내는 말들은 몇 가지 들어봤지만
이것은 최근에 처음 본 단어이면서도 시적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습니다.
‘말을 이해하는 꽃’이라는 뜻으로 중국 당나라 현종이 자신의 애첩인 양귀비를 지칭해서
한 말이랍니다. 당시에 TV가 있어서 까만콩차 CF라도 봤다면 현종이 양귀비를 보고
이런 말을 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. 여성을 다소 비하하는듯한 느낌도 들지만
이 말을 듣고 김아중 씨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.
2. 월명성희(月明星稀)
‘달이 밝으면 별빛이 희미해진다.’라는 뜻이고,
능력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주위 사람들의 존재가 약해진다는 의미랍니다.
김아중 씨 때문에 다른 모든 여배우들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을 정확히 형용한 말이지요.
근래에 주워들은 고사성어 중에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것입니다.
3. 천의무봉(天衣無縫)
‘하늘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.’라는 뜻이라는데 그 유래는 이렇다고 합니다.
옛날에 ‘곽한’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천상의 직녀가 찾아와 같이 지내기를
요구하더랍니다. 경사난 것이죠. 한 일 년 같이 살다가 직녀는 상제가 정한 기한이 끝났다며
하늘로 돌아갔는데 그 직녀가 입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었답니다.
곽한은 직녀를 잊지 못해 그 이후에는 세상 어느 여자에게도 사랑을 느끼지 못했고,
자식을 얻으려고 장가를 들기는 했지만 자식도 얻지 못한 채 일생을 마쳤다는
결말이 슬픈 얘기입니다. 김아중 씨의 옷은 틀림없이 바느질 자국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
빠져들게 하기도 하고 김아중 씨 때문에 ‘곽한’ 같은 사람 여럿 나올 것 같다는
우려도 들게 하는 고사성어입니다.
4. 아향(阿香)
진나라 사람으로 ‘주’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어느 날 먼 길을 가다 날이 저물 무렵
어떤 외딴 집을 지나게 되었답니다. 그 집 앞에 웬 여자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
‘주’를 보고는 앞마을이 멀고 날도 저무는데 어떻게 가려고 하느냐고 하더랍니다.
그래서 ‘주’는 하루 묵기를 청했다지요. 여자가 불을 피우고 음식도 준비했는데,
밤 여덟 시가 되자 밖에서 어린아이가 ‘아향’하고 부르더니, 관리가 뇌거(雷車)를 밀라고
당신을 불러오랬다고 하더랍니다. 그러자 여인은 인사를 하고 나갔고,
밤이 깊자 큰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렸답니다. 그리고 다음날 새벽 ‘주’가
말에 올라 밤에 묵었던 곳을 뒤돌아 보니 새로 만든 무덤이 하나 눈에 띄었을 뿐이라는
전설의 고향 같은 얘기에서 유래한 말이랍니다.
즉 ‘아향’은 뇌신(雷神)을 가리키는 이름이랍니다.
이야기가 진부하기는 하지만 새로 생긴 무덤이라는 대목이 애틋하면서도
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킵니다. 또 ‘아향’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예쁘면서도
‘아중’과 비슷하고, 뇌신이라는 비현실적인 존재의 아련함 때문에
김아중 씨가 연상되는 단어입니다.
5. 경화수월(鏡花水月)
‘거울에 비친 꽃과 물에 비친 달’이라는 의미이며, 볼 수만 있고 가질 수는 없는 것을 뜻한답니다.
이 고사성어에서 제가 김아중 씨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모두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.
‘아향’과 더불어 뜻을 음미하고 있으면, 이곳에 들어오는 일이 왠지 허망해지는 고사성어입니다.